재건축 규제완화 드디어 약발받나
대치동 은마 7억원대 매물 사라져…개포ㆍ잠실 주공 등도 매수문의 늘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에 대치 은마, 개포 주공 등 강남의 재건축 단지들이 뚜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조짐을 보인 매물 회수 현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며 호가가 며칠 사이에 수천만원 상승하는 등 재건축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던 대치 은마 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정부의 규제 완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매수 문의는 물론 급박하게 처분했던 급매물 계약 해지에 대한 문의까지 이어졌다. 대치동 S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31일부터 정부 대책 소식이 나오고부터 초급매물이 회수되기 시작했다”며 “지난 주 7억 8000만원에 최저가로 나왔던 물건이 거래가 된 이후 비슷한 가격대의 물건의 호가가 4000만원 가량 올라간 상태”라고 전했다. 102㎡의 경우 지난 주 7억 8000만원에 최저 급매물이 나왔지만 지금은 로열동의 같은 규모의 급매물이 최저가 8억 2000만원 선. 126㎡는 이미 9억원 선의 매물은 사라지고 10억대 초반으로 가격대가 재형성됐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규제 완화로 인한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드디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한다. 인근의 W공인중개사사무소 김모 대표는 “조금의 반등세만 보인다면 잠재적인 매수자들이 나서기 시작할 것”이라며 “지금이 바로 그런 분위기”라고 말했다. 간혹 걸려오는 문의 전화에 이 들은 “지금 사지 않으면 금새 수천만원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며 구매를 독촉하고 있었다.
저층 고밀 재건축 단지의 대표 주자격인 개포 주공 1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일부 가격 하락을 이끌었던 급매물이 회수됨으로써 급매→초급매→초초급매의 단계로 벌어졌던 가격 하락 현상이 멈췄다. 개포동 주공1단지 제일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재건축 완화 발표로 기대 심리가 생겼다”며 “50㎡(15평)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했는데 기존 가격으로 계약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56㎡의 경우 9억 초반의 매물은 사라지고 9억 5000만~10억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역시 정부 재건축 규제 완화 소식이 전해진 지난 주부터 매물회수의 움직임이 뚜렷했다.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가운데 잠실공인중개사사무소 최정희 대표는 “1주 전부터 매물이 조금씩 들어가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이전에 나왔던 매물의 70%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가도 자연스레 상승했다. 매물을 거둬들인 매도세력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조금씩 값을 올려 불렀기 때문. 그 결과 지난 해 13억 7000만원까지 갔던 113㎡는 10월 초에 8억 2000만원까지 떨어진 이후 이번 주 들어 다시 8억 7000만원~9억원까지 올랐다. 평균 5000만원 상승했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주공1단지 열린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매도세력이 가격을 올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들 대표 3단지보다는 반응 속도가 느리지만 송파 가락시영 아파트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발표 직후인 3일 오후부터 서서히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 인근 동심 공인중개사 대표는 “오늘부터 매물이 들어갔고 매수 문의도 1,2건 오기 시작했다”며 “아무래도 잠실단지보단 외곽에 있어 이제야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초 4억 7000만원까지 떨어졌던 50㎡가 3일부터 5억원대로 호가가 상승했다”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했다.
남상욱 정태일 기자(kaka@heraldm.com) |